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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게 푸르름을 맛보다, 경북 영양 대티골 [조선]

작성일
2011.05.11 21:14
등록자
대티골사람들
조회수
11927


눈부시게 푸르름을 맛보다, 경북 영양 대티골


입력 : 2011.05.06 08:41 / 수정 : 2011.05.06 08:48


위 치 : 경북 영양군 일월면 용화2리





영양 산나물축제 <사진제공: 영양군청>

봄이 절정에 달하는 5월엔 자연도 사람도 활짝 기지개를 편다. 연중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초록이 온 산 가득하고, 꽃들도 지천으로 피어난다. 들녘도 예외가 아니다. 붉은 황토에서 움터 올라 온 파란 새싹들이 빈틈 하나 없이 푸르름을 발산하는 것. 그래서인지 문장가들은 5월의 아름다움을 저마다의 감성으로 기록했다. 그중 경북 영양군의 봄 풍경이 눈에 보이듯 담겨있는 시가 있다. 김영랑의 <오월>이다.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 바람은 넘실 천(千) 이랑 만(萬) 이랑 /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 암컷이라 쫓길 뿐 / 수놈이라 쫓을 뿐 / 황금빛 난 길이 어지럴 뿐 /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 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위) 산나물 곰취 <사진제공: 영양군청> (좌) 산나물 두릅 <사진제공: 영양군청> (우) 고은한정식의 밥상엔 산나물이 가득하다 <사진촬영: 여행작가 한은희>

경북 영양군은 5월의 향기를 듬뿍 담은 고장이다. 자연이 키워낸 영양군의 봄 향기는 ‘초록빛’이다. 자연이 길러낸 다양한 초록이 산과 들을 채우고 있다. 눈 닿는 곳 어디나 초록을 가진 영양군이지만 으뜸은 해발 1,219m의 일월산이다. 수많은 초록빛이 담긴 일월산에는 그 초록에 기대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일월면 용화리 대티골사람들이다. 대티골은 일자봉(1,219m)과 월자봉(1,205m)의 북동사면과 장군봉(1,139m)의 남사면이 만나 이루는 계곡에 자리하고 있다. 해발 450~600m에 생긴 마을이다 보니 기온의 일교차도 크고 햇볕이 내리쬐는 시간도 짧다. 그렇다고 해서 마을이 어둡다는 것은 아니다. 아침 햇살이 계곡 깊숙이까지 따스함을 전해주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 햇살과 함께 움직인다. 이른 아침부터 산비탈을 개간해 만든 밭에 나가  산마늘, 두메부추, 전호, 눈개승마(삼나물), 섬초롱, 쑥부쟁이, 미역취 등의 산나물 등 농작물을 가꾼다. 그중에서도 도시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명이나물이라 알려진 산마늘이다. 산마늘은 울릉도특산품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제는 대티골 산마늘도 꽤 이름을 내고 있다고.






산마늘 잎을 수확하는 농부 <사진촬영: 여행작가 한은희>

마을사람들이 조금씩 뜯어먹던 산마늘을 본격적으로 작목반을 만들어 농사짓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이다. 이제는 산마늘 재배면적만 약 7천 평에 달한다고. 영양고추가 자라던 고추밭이 산마늘 밭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 안에 자라는 산마늘 모종만도 약 300만 포기나 된다고. 마을사람들은 산마늘을 단순히 잎으로만 판매하지 않고 소비를 확대시켜가고자 노력한다. 산마늘 효소, 산마늘 김치 등 먹는 법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까닭이다. 산마늘 김치의 경우 유산균이 배추김치보다 약 4배나 많다고. 마을 안에 자리한 풀누리교육농장을 찾으면 온가족이 함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월별로 이루어지는 체험이 모두 다른 것이 특징이다. 5월의 체험은 산딸기쨈 만들기와 들꽃화분 만들기이다.

대티골에는 가족이 함께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숲길이 있다. 숲속으로 7km정도 이어지는 이 길은 가파르지 않고 완만해 어른 아이 모두 걷기 편안하다. 길 가장자리에 핀 꽃과 산야초를 관찰하며 천천히 걸으면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길 중간 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나무의자가 놓여있으니 산길을 오르기 전, 마실 물과 약간의 간식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산나물 채취중인 사람들 <사진제공: 영양군청>

길은 봉화에서 영양을 오가던 옛 국도길, 옛 국도길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칠밭길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옛 마을길과 댓골길로 이루어진다. 길의 시작점은 윗대티골 입구이다. 그곳에서 옛 국도길로 들어서면 곧게 뻗어 오른 금강소나무가 반긴다. 이 길은 옛 국도였음을 알 수 있는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국도라면, 아니 도로라면 당연히 되어있어야 할 포장도 없고, 그저 흙길을 넓고 완만하게 다듬어 놓았을 뿐이다.

길 중간쯤 서있는 ‘영양 28km’라 쓰인 낡은 표지판이 아니라면 그저 평범한 임도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낡은 표지판은 이 길의 의미를 바꿔놓는다. 그저 어디론가 오가던 길이 아닌, 역사가 담긴, 많은 이야기가 담긴 길임을 생각 들게 한다. 그래서인지 마을사람들은 이 길에 정성을 들인다. 사람들이 다니기 편하도록 길을 고르고, 길 가장자리에 돌탑을 만들어 두었다. 마을을 찾은 이들이 길을 걸으며 작은 돌 하나를 얹으면 그들의 추억의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