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란?
- 작성일
- 2014.09.10 10:03
- 등록자
- 대티골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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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53
<고추 그 맵디매운 황홀>에는 ‘한국’이라는 단어가 딱 두 번밖에 나오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모든 채소를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몇 가지 꼽자면 고추가 빠지지 않는다. 그 외에도 배추, 무, 마늘 등은 ‘국산’이 정말 맛있다. 저자인 아말 나지의 입장에서는 맵기만 한 고추보다는 다양한 맛이 나는 멕시코 고추에 대해서 더 우호적이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고추를 맵다고만 느끼는 것은 첫맛으로 다가오는 매콤함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정말 맛있는 고추는 매운맛 뒤에 단맛이며 감칠맛 등이 다가온다. 다양한 토종 종자들이 많을 텐데, 고추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는 없는 것 같다.
파란 하늘 아래 가을 햇살이 펼쳐지면, 앞마당이며 길가에서 옥상에 이르기까지 평평한 곳은 어디든 빨간 고추 차지다.
고추가 우리 문헌에 최초로 나타난 것은 광해군 6년(1614) 이수광이 쓴 <지봉유설>이다. “남만초(南蠻椒)에는 독이 있다. 왜국에서 왔기에 왜겨자(倭芥子)라 한다.”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왜인들은 번초(蕃椒)라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왜초(倭草)라 한다.”
1776년 유증림이 엮은 <증보산림경제>에는 “고추 가운데 짧고 껍질이 두꺼운 한 품종이 있어서 이것을 특히 당초(唐椒)라 한다.”
1850년경 이규경이 편찬한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임진왜란 이후에 담배, 호박과 함께 도입되었다고 되어 있다. 최남선은 고초(苦草)가 담배와 함께 왜군을 따라 들어온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런 기록에도 불구하고 고추가 임진왜란을 전후해서 중국에서 들어왔다는 설 또한 없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널리 보금된 뒤 다시 일본으로 역수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다. 일본에서도 1542년 포르투갈인에 의해 전파되었다는 남방설과 조선에서 일본으로 전파되었다는 북방설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재배되는 고추의 대부분은 Capsicum annuum이다. 이는 다시 신미종(매운 고추), 감미종(단고추), 관상용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한국산 재래 고추는 대부분 신미종에 속한다.
우리나라에 재배 또는 육종되는 동안 생육 습성, 색, 향, 형태 등이 서로 다른 수많은 변종들이 생겨났다. 그 숫자는 100여 종에 이른다. 각 지역에서 재배되는 재래종과 개량종을 살펴보면, 고추 특산지인 경북 안동, 영양, 봉화, 청송, 예천, 의성을 중심으로 한 재래종 단지에서는 수비초, 대화초 및 그 변종들이 주를 이룬다. 경북 영양군 수비면과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에서 이름을 따왔는데, 이 둘은 추위에 매우 강하고 광택이 뛰어나며 매운맛이 많이 나는 특징을 지닌 최고급 품종이다. 전북 임실은 고지대라 물이 잘 빠지고 기후도 재배에 알맞아 임실재래종, 신평재래종 등 특산 고추가 나왔고, 전북 내륙지역과 정읍, 임실에서는 토착 재래종 호남초를 재배하고 있다. 근래에는 개량종을 재배하는 지역들이 늘어났다. 이천년, 다복, 똘똘이, 금탑, 청양, 꽈리, 장군, 삼천리 등이 있다.
고추는 여름에 흰색의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혀 45일쯤 지나면 붉어지고, 그때부터 약 1주 간격으로 거둔다. 이때 처음 따는 고추를 첫사리, 맨 나중에 따는 고추를 끝사리라 하여 고추를 따는 횟수를 사리라고 부른다. 이렇게 거둬들인 고추는 응달에 펴 널어 하루 이틀 더 익힌 다음 말리면 빛깔이 아주 좋아진다. 흔히 말하는 태양초는 품종에 관계 없이 햇빛으로 말린 마른고추를 가리키는데, 고추 특유의 빛깔과 윤기가 뛰어나다.
우리나라 고추는 다른 나라 고추처럼 그저 맵기만 한 게 아니라 단맛, 신맛, 감칠맛 등의 여러 맛이 어우러져 무척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김장용 고추를 미국의 타바스코, 테키산스, 일본의 다카노주메 등의 품종과 비교하면, 캅사이신의 함량은 1/3에 지나지 않으나 색소는 거의 2배, 비타민C 함유량도 2배, 그리고 당분은 2배 정도가 더 들어 있다.
1715년 이전의 문헌 <산림경제>에는 김치 담그는 법이 열댓 가지가 기록되어 있다. 대부분 소금이나 젓갈에 담그는 것이고, 겨우 두어 가지만 고추를 쓴 것으로 되어 있다. 고추장을 만들어낸 것은 18세기의 일이다. 19세기 초 <규합총서>에는 순창 고추장과 천안 고추장이 팔도의 명물로 실려 있다. <증보산림경제>에는 ‘콩을 부어 띄운 메줏가루 한 말, 고춧가루 세 홉, 찹쌀가루 한 되에 맑은 장을 섞어 햇볕에서 숙성시킨다“는 고추장 제조법이 나와 있다.
[출처] <고추 그 맵디매운 황홀> 한국의 고추|작성자 조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