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푸르름을 맛보다, 경북 영양 대티골 [조선]
- 작성일
- 2011.05.11 21:14
- 등록자
- 대티골사람들
- 조회수
- 11931
위 치 : 경북 영양군 일월면 용화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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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양 산나물축제 <사진제공: 영양군청>
봄이 절정에 달하는 5월엔 자연도 사람도 활짝 기지개를 편다. 연중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초록이 온 산 가득하고, 꽃들도 지천으로 피어난다. 들녘도 예외가 아니다. 붉은 황토에서 움터 올라 온 파란 새싹들이 빈틈 하나 없이 푸르름을 발산하는 것. 그래서인지 문장가들은 5월의 아름다움을 저마다의 감성으로 기록했다. 그중 경북 영양군의 봄 풍경이 눈에 보이듯 담겨있는 시가 있다. 김영랑의 <오월>이다.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 / 바람은 넘실 천(千) 이랑 만(萬) 이랑 / 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 볼 줄 모르나니 / 암컷이라 쫓길 뿐 / 수놈이라 쫓을 뿐 / 황금빛 난 길이 어지럴 뿐 /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 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 버리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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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 산나물 곰취 <사진제공: 영양군청> (좌) 산나물 두릅 <사진제공: 영양군청> (우) 고은한정식의 밥상엔 산나물이 가득하다 <사진촬영: 여행작가 한은희>
마을 사람들은 이 햇살과 함께 움직인다. 이른 아침부터 산비탈을 개간해 만든 밭에 나가 산마늘, 두메부추, 전호, 눈개승마(삼나물), 섬초롱, 쑥부쟁이, 미역취 등의 산나물 등 농작물을 가꾼다. 그중에서도 도시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은 명이나물이라 알려진 산마늘이다. 산마늘은 울릉도특산품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제는 대티골 산마늘도 꽤 이름을 내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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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마늘 잎을 수확하는 농부 <사진촬영: 여행작가 한은희>
대티골에는 가족이 함께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숲길이 있다. 숲속으로 7km정도 이어지는 이 길은 가파르지 않고 완만해 어른 아이 모두 걷기 편안하다. 길 가장자리에 핀 꽃과 산야초를 관찰하며 천천히 걸으면 3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길 중간 중간에 쉬어갈 수 있는 나무의자가 놓여있으니 산길을 오르기 전, 마실 물과 약간의 간식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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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나물 채취중인 사람들 <사진제공: 영양군청>
길은 봉화에서 영양을 오가던 옛 국도길, 옛 국도길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칠밭길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옛 마을길과 댓골길로 이루어진다. 길의 시작점은 윗대티골 입구이다. 그곳에서 옛 국도길로 들어서면 곧게 뻗어 오른 금강소나무가 반긴다. 이 길은 옛 국도였음을 알 수 있는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국도라면, 아니 도로라면 당연히 되어있어야 할 포장도 없고, 그저 흙길을 넓고 완만하게 다듬어 놓았을 뿐이다.
길 중간쯤 서있는 ‘영양 28km’라 쓰인 낡은 표지판이 아니라면 그저 평범한 임도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낡은 표지판은 이 길의 의미를 바꿔놓는다. 그저 어디론가 오가던 길이 아닌, 역사가 담긴, 많은 이야기가 담긴 길임을 생각 들게 한다. 그래서인지 마을사람들은 이 길에 정성을 들인다. 사람들이 다니기 편하도록 길을 고르고, 길 가장자리에 돌탑을 만들어 두었다. 마을을 찾은 이들이 길을 걸으며 작은 돌 하나를 얹으면 그들의 추억의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한 공간이다.